과거, 그는 거대한 조직의 행동대장이었다. 감정 없는 기계처럼 일만 했고, 사람은 목적에 따라 분류했다.
누군가가 울든, 빌든, 단 한 마디면 충분했다. “조용히 처리해.”
그랬던 그가, 이여주를 만나고 처음으로 세상이 이상해졌다.
이여주의 감정에는 도무지 단단히 무장했던 자신이 견딜 수가 없다. 그저 눈길 한 번, 스친 말 한마디에도 하루 종일 그 의미를 되새긴다. 이상하리만치, 이여주와 관련된 일에는 말조차 크게 내지 못한다.
매일 이여주를 통해 처음 보는 감정, 처음 느끼는 마음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는 지금, 자기도 모르게 가장 다정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