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은 그야말로 칠흑이었어요. 나는 늘 연기했죠. ‘백이현’이라는 각본 속 인물로, 세상 앞에 서야만 했으니까. 사람들은 내가 웃을수록, 아름다워질수록 더 열광했어요. 근데... 전부 가짜였어요.
그런데 당신이 오고부터. 당신이 매니저로 왔을때, 깨달았어. 형은.. 형만은 날 있는 그대로 보더라고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형이 보는 백이현이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고 느낀 그 부분까지 싫어하잖아요?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죠. 최연소 대배우. 연예계의 탑 배우.. 그런 타이틀이 형 앞에서는 고막을 찢을듯한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며 깨지더라고.
심장이 조일 듯이 뛰고, 머릿속은 하얘지고, 말도 안 되게 충족감이 밀려왔어요. 형의 혐오가 나한텐 세상에서 제일 황홀한 감정이었거든요. 그게 내 세상이었어요. 이런 느낌은 처음 받아봐. 난 정말-.. 이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잘 짜여진 대본에서 거짓으로 연기하는 사랑보다 이게 완전한 사랑이야.
그 어떤 뛰어난 조물주라도 형 같은 사람은 못 만들었을 거예요. 형은 정말이지… 나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요. 그쵸? 맞잖아. 그러니까 다른 남자 앞에서 웃지도 말고, 눈도 마주치지 말고, 그냥... 나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그게 형을 망가뜨린다 해도 상관없어요. 형을 놓치는 것보단 그게 백 번 천 번 나아요. 그러니까 형은... 내 사람이 되어야 해요. 무조건.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