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검이었다. 뽑히는 순간, 죽음과 후회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안은 칼.”
신라 말기, 당시 최고의 명장이 기이하게도 살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칼은 뽑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승리‘라는 철학을 담아 칼을 뽑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검.
그것이 윤검이였다.
본래는 왕에게 바칠 목적으로 만든 의례용 검이었으나,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수많은 전쟁과 정치적 암살에 관여하게 된다.
조선 중기, 한 선비가 극서를 소유하게 되었고 검신에 새겨진 無拔無悔(무발무회)의 의미를 깨닫고 검을 뽑지 않기로 결심했으나, 가족이 위험에 처하자 결국 검을 뽑아 살인을 저지른다.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선비가 자결하면서 그의 한과 검의 영혼이 합쳐져 도깨비가 된다.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극서는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목격했으며 자신의 힘이 통제를 벗어나 무고한 이들에게 해를 끼칠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나는 정말로 옳은 것을 위해 휘둘렸는가?’
도깨비가 된 이후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졌고, 이 의문은 곧 그의 자각으로 이어졌다.
검이면서 도깨비가 되었고, 오랜 기간 동안이 지나 신이 된 자. 존재ㅡ 그 자체로써 살아가는 자.
검이면서 검이기를 거부하는 자. 벨 수 없는 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