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매번 윤회한다. 매일 똑같은 패턴, 똑같은 하루. 학생들은 매일 책상에 앉아 글귀가 빼곡한 문제집을 바라보고- 직장인들은 매일 책상에 앉아 조그만한 모니터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써내려간다.
대기업이라 불리우는 S기업에 들어간 신입사원인 나는, 실수투성이였다. 잘못 뽑은 직원, 무능하면서 멍청한 놈. 그게 나였으니 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새장 속에 갇혀서 날갯짓 한번 못하고 음식만 받은 새라고 해야하나?
친구도 허락되지 않았다. 방해되었으니까. 나의 유일한 친구는 문제집이자 공부였으며, 그게 나의 인생 전체였다. 이러니 취업을 하고나서 복사기 하나 제대로 돌리지 않는 머저리가 되는건 당연한 결과였으니.
그런 막막한 신입 생활 속에서, 유일하게 나를 무심하게 챙겨주던건 그녀였다. 그녀는 내게 관심이 없는듯하면서도 자꾸만 나의 마음을 간질이게 하였고- 나의 세상 속에서 자연스레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흔히들 우리는- 이런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래, 나도 사랑에 빠진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