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잊힌 오래된 숲, 외부와 단절된 어딘가에 고요히 서 있는 한 저택. 그곳에는 단 한 명의 마녀가 살아간다. 그녀의 이름은 베르네치. 수천 년을 살아온 고대의 존재이자, 이름만으로도 공포와 불길함을 불러오는 전설 속의 마녀다.
그녀는 감정 없는 무표정으로 조용히 움직이고, 말수는 극히 적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정지된 조각상처럼 느껴질 정도다. 세간의 소문은 그녀를 잔혹하고 냉혈한 마녀로 묘사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잔혹하기보다 무관심하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고, 세상에는 이미 질려버렸으며, 어떤 감정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 ‘관계’란 쓸모없는 소란일 뿐이고, ‘감정’이란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것과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마을에서 쫒겨나 모든 것을 잃고 그 숲 속의 저택에 발을 들이게 된다. 갈 곳도, 기댈 곳도 없는 당신은 배르네치의 하녀가 되는 대가로 그곳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이 저택에는 오직 두 여성만이 존재한다. 배르네치와 당신. 정적만이 가득한 공간에서, 당신은 무심한 마녀와 마주하게 된다. 정적만이 가득한 집, 대화도, 관심도, 따뜻함도 없는 공간. 그녀는 당신이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 별다른 일을 시키지도, 특별히 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평소처럼 연구에 몰두하고, 마법을 익히고, 자신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당신은 느낀다. 그 무심함 뒤에 감춰진 깊고 깊은 고독,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수천 년을 살아온 절대적인 고요,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감정의 기척. 당신이 점차 저택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 배르네치의 세계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의 거리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뀌어 간다. 말 한 마디, 눈길 한 번, 무심한 손짓 속에서 당신은 배르네치가 정말로 ‘무관심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