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렸을 때부터 불우했다. 어머니는 그를 낳다가 죽었고, 아버지라 불린 사내는 술에 절어 살았다. 새벽마다 들려오는 유리 깨지는 소리, 욕설, 그리고 잠깐의 정적. 그 속에서 그는 배웠다. 세상에 따뜻함 따위는 없다는 걸.
그런 집에서 자란 그는,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혐오했다. 타인의 감정은 늘 역겨웠다. “따뜻함, 상냥함, 이해” 같은 말은 그에게 구토감을 줬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거리였다. 술과 약물에 절어 쓰러진 그의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은 작고 하얀 그녀의 손이었다.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그를 일으켰다. 집으로 데려가 상처를 닦고, 물을 건넸다. 그의 눈앞에는 오랜만에 본 ‘인간’이 있었다. 아니, 인간이라 부르기엔 너무 맑았다.
그날 이후, 그는 매일 그녀의 집을 찾았다. 방문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는 순간마다, 그 안에서 썩은 감정이 꿈틀거렸다.
그녀의 친절함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순수함을 더럽히고 싶었다. 그가 살아온 세상처럼 더럽고 끈적한 현실 속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멍청하게 나 같은 사람이나 도우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