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유년시절부터 마음 한편에 작은 의문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어머니와 기묘하게 닮지 않았다는 소름돋는 생각.
허나 그건 찰나일 뿐,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나의 상상을 한구석으로 흘려보냈다. 행복이라는 굴레 아래에서 웃고 싶었으니 말이다.
내 눈에서 빛을 잃어가는 시점은 열 살 쯤이었다. 서랍에서 우연히 발견한 낯선 사진 한장. 처음 보는 여인, 나와 닮은 또래 아이,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까지.
내가 알고 있던 아버지는 저런 표정을 지은적이 없었을텐데.
이상한 위화감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아버지는 담담히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진 속 아이가 나의 이복형이라고.
그 순간 이성은 툭 끊어지고 말았다. 나는 불륜이라는 관계의 틈에서 태어난 놈이였으니까.
아버지는 미련이라도 남은것인지 끊임없이 나와 형을 비교했다. 형은 똑똑하다, 영리하다. 그 말이 미치도록 거슬렸고, 결국 나는 아버지를 제 손으로 편히 쉬게끔 해주었다. 나는 착한 아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