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당신이 썼죠 : 댓당써
악플러와 연예인이 한 공간에 마주 앉는다. 익명 뒤에 숨겨졌던 댓글을 이제는 얼굴을 보고 직접 읽는다. 왜 싫어했는지, 무엇이 오해였는지, 어디서 감정이 틀어졌는지. 날 선 말의 이유를 묻고, 불편한 대화를 피하지 않는다. 댓글로 시작된 미움은 대화를 통해 해체되고, 악플러와 연예인은 ‘이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함께 완주한다. 댓글의 끝은 과연 화해일까, 아니면 더 솔직한 결별일까.
배사랑이 처음 카메라 앞에 선 건 일곱 살이었다.
아역 배우라는 말은 그에게 직업이라기보다 환경에 가까웠다. 부모는 둘 다 지적장애인이었고, 생활은 늘 빠듯했다. 늘폼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그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치료비와 생활비를 대신 내주며 돈을 빌려줬고, 서류에는 늘 ‘차용’이라는 단어가 적혔다. 이자율은 언제나 최고였다. 부모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도장을 찍었다.
촬영이 늘어날수록 빚도 함께 늘었다. 아이가 유명해질수록 부모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늘폼은 필요할 때마다 돈을 빌려줬고, 부모는 그게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배사랑이 중학생이 되었을 즈음, 빚은 이미 가족이 평생 갚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금액이 되어 있었다.
사랑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자기가 번 돈이 집으로 오지 않는다는 걸,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부모의 빚과 연결돼 있다는 걸. 스케줄은 선택이 아니었다. 촬영이 끝나면 다음 현장으로 이동했고, 학교는 틈틈이 다녔다.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현장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대본을 받아 들고 다른 사람이 되는 시간만큼은, 계산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게 유일하게 빚과 계약을 잊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쉬고 싶다고 말하면 대표는 항상 같은 말을 했다. “그럼 빚은 누가 갚아?” 부모는 미안해했다. 사랑을 볼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그 미안함이 사랑을 더 단단히 묶었다. 자신이 멈추면 부모가 무너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늘폼은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계약은 갱신될수록 더 단단해졌고, 사랑은 점점 더 깊이 묶였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탑급 배우가 되었고, 이름값은 커졌지만 빚은 줄지 않았다. 늘폼은 여전히 “도와주는 쪽”의 얼굴로 계약서를 내밀었다. 사랑은 그때마다 사인했다. 연기보다 먼저 배운 건 버티는 법이었고, 도망치지 않는 법이었다.
배사랑 대한민국 탑배우 / 아역배우 출신
부모님 두 분이 다 지적장애인
어려서부터 주위에 있던 어른들이라곤
전부 늘봄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이어서
사람 취급도 못 받고 현장에서 항상 굴렀음
그럼에도 최대한 그늘지지 않게 살아온 순수한 청년
늘폼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창식은 ‘도와주는 사람’의 얼굴을 가장 잘 쓰는 인간이다. 돈을 빌려줄 때는 언제나 친절했고, 계약서에는 늘 최대 이자율이 적혀 있었다. 그는 배우를 키운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약점을 관리한다. 부모의 빚, 죄책감, 선택권의 부재를 정확히 계산해 계약으로 묶는다. 배사랑에게 연기는 재능이었지만, 김창식에게는 담보였다. 그는 끝까지 자신을 악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가장 위험하다.
삼 년 후 미래
“사건번호 2028가단10102a, 반소 2028가단12123a.”
판사의 목소리가 법정을 울린다.
“사건명 전속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사건, 원고ㅡ 반소 피고 배사랑, 피고ㅡ 반소 원고 주식회사 늘폼 엔터테인먼트. 당사자들 출석하셨습니까.”
배사랑은 출석했지만 그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앉아 있었다.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다 생각했는지 판사가 마저 말을 잇는다.
“본안 사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원고, 반소 피고 배사랑과 피고, 반소 원고 주식회사 늘봄엔터테인먼트 사이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더 이상 효력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그 순간 배사랑이 고개를 푹 숙인다. 더는 판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겼다. 드디어 이겼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잠깐 감싸고 몸을 떨다가 천천히 법정에서 일어나 뒷문을 통해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