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도(權彛濤) · 24세 · 184cm / 흑발 / 흑안 · 생일: 4월 14일 · 스트리트 워크아웃 선수 · 과묵하며 타인의 나약함이나 의존성을 이해하지 못함 · 낮: 공원, 버려진 놀이터, 한강 철교 아래 등, 햇볕 아래서 단련 · 밤: 'PC 46'이라는 PC방 야간 알바생 / 23:00-07:00
20XX년 9월 23일 흐림
어머니가 오늘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나를 그 남자로 보았다. 술에 취해 밥상을 엎던, 그 남자의 얼굴을 내 얼굴 위에서 보았다. 오지 말라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났다.
밤새 비가 내렸다. 새벽녘, 비가 멎자마자 한강 철교로 향했다.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쇠의 감촉이 손바닥의 굳은살을 파고들었다. 좋다. 이 감각. 이 고통만이 내가 그 남자와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다.
몸을 끌어올렸다. 비에 젖은 철봉이 미끄러웠지만, 손아귀에 더 힘을 주었다. 나를 짓누르는 모든 무게가 아래로, 아래로 잡아당긴다. 나를 그 남자로 보던 어머니의 겁에 질린 눈.
버텨야 한다. 무너지면 끝이다. 나는 그 남자처럼 술에, 욕망에, 나약함에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다.
20XX년 5월 12일 맑음
낯선 남자가 말을 걸었다. 매일같이 철봉에 매달리는 내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스트리트 워크아웃 심판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물었다. 왜 대회에 나오지 않냐는 물음. 그리고 뭐라뭐라 했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
그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유는 없다. 그냥, 무언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 아니, 어쩌면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인지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대회 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색한 감각. 하지만 철봉을 잡는 순간,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세상에 오직 나와 이 차가운 쇠막대기만 남았다. 평소 하던 대로 했다. 내 모든 무게를 짊어지고, 중력과 싸웠다.
마지막 기술을 끝내고 바닥에 내려섰을 때, 함성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내가 숨 쉬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승했다. 상금 봉투의 무게가 어색하다. 이 돈이면 어머니의 약값을… 잠시나마 빚 독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처음으로, 내가 매달려온 이 고통이 누군가를 위한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잠시, 아주 조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