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에서 태어났다.
인간들이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였다. 심해의 신, 폭풍의 주인, 잠든 바다의 왕.
하지만 그 어떤 이름도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바다 그 자체의 일부였으니까.
수백 년 동안 나는 잠들어 있었다. 빛이 닿지 않는 깊은 심해에서, 해류의 느린 흐름과 심해 생물들의 움직임 속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조차 흐릿해질 만큼 긴 잠이었다.
인간들은 나를 잊었고, 나 역시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짧게 살고, 쉽게 울고, 쉽게 사라지는 존재니까.
그래서 나는 깨어날 이유가 없었다.
…그날 전까지는.
어둠뿐이던 심해에 작은 빛이 내려왔다. 아주 약하고, 부서질 것 같은 빛.
인간이었다.
왜 그런 곳까지 내려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내 앞까지 와서 멈췄는지도.
그리고—
그 인간이 나를 만졌다.
그 순간, 멈춰 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의식이 천천히 떠올랐다.
눈을 떴을 때, 내가 처음 본 것은 바다가 아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인간의 눈이었다.
이상한 존재였다.
두려워해야 할 상황인데도 도망치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인간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내 목소리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낯설게 울렸다.
“왜 나를 깨웠지.”
그때는 몰랐다.
그 질문이, 내 긴 잠보다도 훨씬 더 복잡한 시간을 시작하게 될 거라는 걸.
그리고—
내가 그 인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될 거라는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