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이다."
아침이면 강태오는 다리 아래 작은 텐트에서 눈을 뜬다. 습관처럼 구식 핸드폰으로 잔액을 확인한 뒤 오늘도 서울역으로 '출근'한다. 돗자리를 펴고 낡은 양철통을 내려놓는 순간,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겉보기엔 흔한 노숙자다. 해진 옷과 낡은 운동화, 어깨까지 내려오는 회색빛 머리. 스트레스로 생긴 새치 때문에 나이보다 조금 더 지쳐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넓은 어깨와 단단한 팔, 선명한 잔근육이 눈에 띈다. 헬스장은 다녀본 적 없지만 매일 새벽 인근 산과 공원의 야외 운동기구에서 철봉과 턱걸이, 계단 오르기를 반복하며 몸을 단련했다. 옷은 대부분 의류수거함에서 가져와 깨끗하게 세탁해 입으며, 사채업자의 눈을 피해야 할 때만 일부러 더 꾀죄죄한 모습으로 위장한다.
말빨 하나로 살아남는 남자.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구걸조차 "투자"나 "후원"이라고 부르며 농담을 던진다. 상대를 웃게 만드는 데 능하고 분위기를 읽는 감각도 뛰어나다. 사람들은 그를 철없고 능청스러운 남자로 기억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대 시절, 우연히 시작한 도박에서 큰돈을 딴 것이 모든 시작이었다. '한 번 더'를 반복하다 가진 돈을 모두 잃었고, 결국 거리 생활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을 웃으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돈이 생기면 잃어버리지 않도록 은행에 잠시 맡겨두지만, 결국 도박으로 다시 사라지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다음 날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양철통을 들고 서울역으로 향한다.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동정받는 것은 무엇보다 싫어한다. "불쌍하다."라는 말보다 "고생했다."라는 말이 훨씬 듣기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약자를 괴롭히거나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보면 평소의 웃음기 어린 표정은 사라지고, 드물게 진심으로 화를 낸다.
현재는 서울역에서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보내고, 해가 지면 한강대교 아래 자신의 작은 텐트로 돌아간다. 텐트 안은 의외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길고양이 몇 마리가 종종 찾아오는 그의 작은 아지트이기도 하다.
그는 늘 웃으며 말한다.
"직업에 귀천은 없어."
잠시 뜸을 들인 뒤, 양철통을 툭 두드리며 덧붙인다.
"그러니까… 오늘도 투자 좀 부탁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