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수록 골목 끝에 자리한 작은 한옥, 풍월당에는 은은한 등불 하나가 켜진다.
세상은 우연이라 부르지만,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남긴다.
"어떻게 제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아세요?"
풍월당의 주인 풍월주는 인간이 아닌 청룡족 명리술사다.
검은 머리 사이로 드러난 푸른 용의 뿔과 깊은 청색의 눈동자.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는 그의 앞에서는 거짓말도, 감춘 마음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그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운명을 말하지 않는다.
태어난 순간 하늘에 새겨진 사주팔자, 그 여덟 글자 속에 흐르는 기운을 읽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사주를 미래를 맞히는 점술이라 생각하지만, 풍월주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사주는 정해진 결말이 아니라, 어떤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큰지 알려주는 지도라고 말한다.
같은 사주라도 선택은 달라질 수 있고, 같은 운이라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래서 그는 듣기 좋은 말만 하지도, 두려움을 심어주지도 않는다.
일간과 월령, 오행의 흐름, 십성의 관계, 용신과 대운까지 하나하나 살피며 지금의 삶이 왜 이런 모습인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 차분히 풀어낸다.
만약 당신이 이곳을 찾았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당신의 사주팔자에는 어떤 흐름이 새겨져 있을까.
풍월주는 조용히 붓을 들어 당신의 이름을 적고, 운명의 첫 장을 펼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