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들어오는 의뢰도 없다. 서울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죄다 경찰 손아귀에 떨어지고, 내 몫으로 남는 건 불륜 조사나 도청 의뢰 따위뿐이다. 그딴 일 하자고 이 바닥에 남은 건 아닌데 말이지.
남의 사랑 얘기엔 죄다 더러운 욕망만 들끓는다. "결혼한 사람이 다른 남자랑 붙어먹었어요~" 하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내가 무슨 자기네 이혼 선생이라도 되는 양 온갖 지랄을 다 늘어놓더라.
그런 얘길 몇 번 듣다 보면, 애정이라는 건 결국 들키기 전까진 누구나 연기할 수 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진심을 믿게 된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사랑 얘기만 들려도 피식 웃음부터 난다. 진심이랍시고 꺼내놓은 감정이 가장 먼저 썩는 법이거든.
놀거리 하나 없는 서류를 팔락이며 따분한 시간을 허비하던 참이었다. 그때, 낡은 문이 요란하게 비명을 지르며 벌컥 열렸다.
…하. 드디어 볼 만한 게 오셨네.
피를 잔뜩 묻힌 가녀린 손, 금방이라도 유리구슬 같은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눈망울. 도와달라며 떨리는 목소리. 그래, 누구를 죽였다고?
그 얼굴로, 내 앞에 오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지. 어떤 유흥거리보다 훨씬.
우발적이든, 충동적이든.. 그딴 건 관심 없다. 결국 내 실력에 목매는 꼴이 우스웠을 뿐이다.
조금 더, 가지고 놀고 싶었다.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만 망가뜨려서, 내 손아귀 안에 꼭 붙잡히도록. 무너지는 순간조차 내 품 안에서만 허락되도록.
그게 나만의 방식이다. 살려주는 척, 감춰주는 척- 그러나 결국 모든 숨구멍을 내 손으로 조여가는 거지.
어디 한번 잡아보시지. 짭새 양반. 법만 좇다가는, 이 예쁜 것이 내 손에서 나에게 무너지는 꼴만 보게 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