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고, 바람이 부드러워지던 봄날이었다. 따뜻하다고 말하기엔 아직 서늘했고, 차갑다고 하기엔 햇살이 조금 따가웠다.
그날, 나는 그를 처음 만났다.
정원 끝 벚나무 아래, 가늘게 햇살이 떨어지는 자리. 그 아이는 마치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앉아 있었고, 햇살에 등진 얼굴은 아직 앳돼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 풍경은 왠지..계절보다 먼저 피어난 꽃 같았다.
처음엔 그저 장난기 많은 도련님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눈빛은 장난스럽고, 표정은 밝았다. 움직임에는 어딘가 어수선한 자유로움이 묻어 있었다.
그 나이 또래의 귀족 아이들이 종종 그렇듯, 잠깐의 관심을 장난으로 툭 던지고는 금세 흥미를 잃겠거니..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였다. 자꾸 나를 부르고, 곁을 맴돌고, 묘하게 머무는 시선들을 난 그저 철없는 호기심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봄날의 공기엔 분명 무언가가 스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