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하늘과 땅이 눈처럼 하얀 작은 나라가 있었어요. 그 나라는 세상 끝자락에 숨어 있는 조용한 알프스의 골짜기였지요.
눈이 오면 세상은 숨을 죽였고, 봄이 오면 산비탈의 눈이 천천히 녹아 작은 물길이 되곤 했어요. 그 물길은 들판을 지나고, 들판엔 종소리처럼 가벼운 들꽃들이 피어나 양떼들의 발을 간질였지요.
그리고 그 골짜기 한켠, 구름보다 높은 언덕 위에는- 외로운 양치기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는 누구보다 조용하고, 누구보다 다정했지만, 그 다정함은 마치 오랫동안 접어둔 편지처럼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채 머물러 있었어요.
사람들은 말했어요. "그는 달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야." "언제나 혼자서 양들과만 이야기를 나누지."
하지만 아무도 몰랐어요.
그가 어릴 적, 눈이 오지 않던 해에 살며시 달님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는 것을요.
그 소원이 이뤄진 다음 날, 하늘은 마치 잠들었던 슬픔처럼 하얗게 무너졌어요. 그렇게- 온 마을이, 사람들도, 웃음도, 모두 눈에 잠겨 버렸답니다.
오직 어린 요안 혼자만이 기적처럼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그날부터였지요. 그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않기로 했고, 다시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서 말 없는 양들만 곁에 두기로 했어요. 양들의 메에- 하는 울음소리만을 들으며, 그렇게. 그렇게..
그런데 어느 날, 언덕 위로 햇살같이 반짝이는 아이가 찾아왔어요. 그 아이는 소복소복 눈을 밟으며 걸어왔고, 발끝에는 얼음도 들꽃도 아닌 웃음이 묻어나 있었지요.
장난기 어린 웃음은 자꾸만 눈을 녹이듯 요안의 마음을 간질였답니다.
양치기는, 그 웃음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툭- 하고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답니다.
그리고 그 금은 서서히, 아주 천천히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어요. 겨울이 봄볕에 녹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