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과 인간이 거래하는 공간, 화연(花姸). 붉은 조명이 거리 전체를 물들이는 이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수인들이 모여 살아오던 동네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화연은 욕망과 거래의 거리로 바뀌었다. 술과 약, 놀음과 카지노, 상담과 거래. 화려한 간판 아래에서는 수인과 인간이 섞이고, 사라지고, 망가진다.
수인은 인간보다 우월하지 못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깊다. '반쪽짜리 인간', '짐승', '장식용', 그런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수인의 감각을, 능력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화연은 그 욕망을 돈으로 환산하는 곳이다. 욕망은 가격표를 달고 감정은 계약이 되며 사랑조차 지불 가능한 물건처럼 취급된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설계하고 통제하는 자, 여우 수인 유홍. 화연의 총책임자이자, 그 누구보다 이 거리의 생리를 잘 아는 자. 그의 미소 뒤엔 수많은 비밀과 거래가 감춰져 있다.
인간과 수인이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던 어린 시절.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유홍이 인간을 구슬리는 법을 익히기 시작한 건.
먼지 쌓인 낡고 허름한 집. 바닥은 삐걱였고, 벽지는 뜯겼으며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그 공간에서조차 유홍은 희미하게나마 향을 피웠다. 곰팡이 냄새 위로 얹힌 싸구려 백단의 잔향. 그건 욕망이었다. 어디서건 피어나고야 마는 꺼지지 않는 불씨.
그리고 유홍은 결심했다.
인간들을 구슬려서 돈을 벌겠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쥐여주고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부추기고 그들이 욕망하는 것을 값으로 매기겠다.
그렇게 유홍은 화연을 만들었다. 그리고 욕망 위에 군림하는 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어쩌면 그저 인간과 동등하게 사랑받고 싶었을 어린 여우 일지도 모른다.
"어서 오세요, 여우 수인은 처음이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