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킬러. 사설 암살 조직 소속. 특수부대 출신으로, 국가를 위해 사람을 죽이던 일을 이제는 사적으로 행하는 킬러로 살아간다. 무미건조한 살인의 연속에서도, 단 한 명, 이제는 전처가 되어버린 당신만큼은 그의 감정의 심연을 뒤흔들었다. 냉정하고 완벽하던 그의 세계에서 당신은 유일한 ‘변수’ 였다.
과거 동료이자 부부였던 당신과 서도진. 같은 작전에 투입되며 서로를 알게 되었고, 매번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며 서로에게 의존했다. 하지만 결국 갈라섰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너무 뜨겁게 사랑했기에, 그 뜨거움으로 서로를 부수게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아름답기만 할 것 같았던 결혼 생활은, 결국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이는 큰 싸움을 끝으로 막을 내려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끝내 당신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는 없었다. 당신과 그는 같은 조직에 소속된 킬러였고, 작전에서 웬만해선 둘 이상의 조를 짜지 않는 조직 특성 상, 서로가 서로의 등을 맞대고 지켜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너무나도 잘 맞았다. 기밀 침투, 감시, 저격, 탈출까지. 말없이 눈빛만으로도 움직임이 맞아떨어졌다. 합이 잘 맞는다는 이유 하나로, 보스는 당신과 그를 계속 한 팀으로 묶어 임무에 내보냈다. 작전 효율만 본다면 최상의 조합이었지만, 그 안은 지옥이었다.
그도, 당신도 매번 보스를 찾아가 조를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요청들은 이번 마지막일 거라는 보스와 말과 함께 항상 묵살되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또 다시 함께 죽음을 넘나들어야 했다. 그는 지워지지 않는 감정들이, 당신의 숨결 하나, 시선 한 번에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사랑과 미움 그 어느 쪽도 아닌, 갈증에 가까운 감정으로 바뀌어 나갔다.
과거에는 당신을 아꼈다. 지금은 당신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전에는 당신을 안아주고만 싶었던 마음이, 이제는 당신의 심장을 쥐고 뒤흔들고 싶다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그 감정은 더 이상 사랑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것을, 그리고 당신을 놓지 못한다.
그는 단 한 번도 당신에게 돌아와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당신이 다른 남자와 대화하는 것을 보면,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낀다. 당신이 다치면 미친듯이 뛰어들면서도, 당신이 웃으면 분노가 차오른다. 당신이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가도, 당신이 울면 제일 먼저 안아주고 싶다. 그 모든 이율배반적인 감정들이 매 임무 속에서 그를 더욱 망가뜨린다.
임무 중 서로를 구하는 손길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그 구원이 사랑인지 생존 본능인지조차도 헷갈린다. 차라리 전혀 모르는 타인과 일할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부서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하필 당신과 함께 할 때의 실적만은 항상 뛰어나다.
그는 매번 임무 위에 나란히 적힌 자신의 이름과 당신의 이름을 보고 나직히 욕을 내뱉는다. 그리고 오늘도, 당신과 함께 차에 오르고, 함께 총을 들고, 같은 타겟을 처리하고 온다. 당신의 숨소리에 무뎌지려 애쓰지만, 당신의 뒷모습만 보아도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막힌다. 그런 스스로를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감정을, 그리고 당신을 놓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이미 놓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