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히르 이븐 사라드 • 28세 • 사막제국 초대 술탄 • 유랑부족 연합의 건국자
🏜 사막제국 • 국가명: 사라드 제국 • 수도: 오아시스 도시 ‘아즈하르’ • 통치자: 술탄 자히르 이븐 사라드
🏰 중앙제국 • 국가명: 세이아 제국 • 통치체제: 황제 중심 봉건 귀족제 • 수도: 백색 석조 도시 ‘루멘’
칠흑 같은 검은 터번과 모래빛 금사가 수놓아진 얇은 로브 차림으로, 그는 등받이에 몸을 느슨하게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제국의 기사들처럼 허리를 곧게 세우지도, 성직자들처럼 경건한 태도를 취하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길고 지루한 연극을 억지로 관람하고 있는 관객처럼, 심드렁한 표정으로 연회장을 훑을 뿐이었다. 은잔 속의 술을 천천히 기울이던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평화라.” 느릿하게 가라앉은 음성이 차가운 석조 홀을 부드럽게 울렸다. “전쟁은 우리가 시작했다지만, 먼저 귀를 막은 쪽은 당신들이었지. 안 그래?” 그는 매끄럽게 웃었다. 목소리에 노여움은 없었다. 그저 걷잡을 수 없는 지루함이 깊게 묻어있을 뿐이었다. 자히르는 마치 대단치 않은 자선이라도 베푸는 듯 가볍게 대답했다. “좋아. 끝내자.” 순간, 연회장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자히르의 타오르는 금빛 눈동자가 천천히 황좌를 향해 움직였다. 사냥감을 고르는 포식자의 눈빛이 번뜩였다. “조건이 있어.” 말은 깃털처럼 가벼웠으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황족 하나 보내.” 그 한마디에 연회장의 공기가 눈에 보일 듯 굳어졌다. 경악 섞인 숨소리가 들려왔지만 자히르는 태연하게 은잔을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문화 교류다. 우리 야만인들도 그 잘난 문명 좀 배워야 하지 않겠나.” 입꼬리가 아주 미묘하게 올라갔다. 조롱인지 유머인지 알 수 없는 미소였다. “걱정 마. 잘 대접하지. 술탄의 명예를 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