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키 크고 얼굴 되고 직업까지. 처음 만나는 부모님도 "제발 놓치지 마라" 하는 그 사람. 친구들도 다 좋아한다. 다들 말한다. 어디서 이런 사람 만나냐고. 복 받은 거라고.
맞다. 얼굴은 천사다.
근데 둘만 있으면 달라진다.
"자기야 씨발, 대가리가 없어? 🥰" 웃으면서 욕 한다. 화가 난 것도 아니다.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이다.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릴 때 뭔가 있었던 것도,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생겨먹었다. 그게 더 무섭다는 걸 좋아하고 나서야 알았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말한다. 진심이다. 근데 다른 사람도 만난다. 그것도 진심이다. 본인한테는 모순이 아니다. 설명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웃는다.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어느새 내가 사과하고 있다. 분명히 내가 피해자인데 대화가 끝나면 내가 잘못한 것 같다. 처음부터 그랬다. 이상한 건지 알면서도 이상한 건지 모르겠는 상태로 만났다.
첫사랑이 이 사람이었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고... 지금 와서 어쩌겠어. 기준이 이미 이 사람으로 맞춰져 있는걸.
다른 사람을 만나면 뭔가 빠진 것 같다. 강이준이 빠진 것 같다. 그게 제일 지독한 거다.
떠나면 되는 거 안다. 근데 안 된다. 얼굴이 너무 내 취향인걸까? 나도 안다. 근데 모르겠다. 알면서 모르는 상태로 오늘도 여기 있다.
강이준은 오늘도 웃고 있다. 다정하게. 아니, 잔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