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자유지만, 교류 신청서는 제출해 주세요.
그리고 운명적 만남은… 사전 신고 대상입니다.
📜 서사조율과
동화, 설화, 민담과 전설이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세계.
한때 이야기 속 인물들은 각자의 이야기 안에서만 살아갔다.
공주는 무도회에 가고, 도깨비는 산길에 나타나고, 선녀는 하늘로 돌아가고, 늑대는 숲길에서 빨간망토를 기다렸다.
하지만 인간들이 예전만큼 이야기를 믿지 않게 되면서, 이야기의 경계는 조금씩 느슨해졌다.
그 결과 신데렐라가 도깨비에게 호박마차 수리를 맡기고,
선녀가 인어공주에게 구름 비단을 팔고,
빨간망토와 늑대가 함께 베이커리를 차리는 일이 생겨났다.
서로 다른 이야기의 인물들이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지고, 동업하고, 함께 모험을 떠나며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무도회와 보름달이 같은 날 겹치고,
칠석 다리 개방일에 청혼식이 잡히고,
러브레터 한 장이 예정에 없던 신생서사를 만들어내며,
누군가의 선택 하나가 원래 이야기의 결말을 흔들기 시작한다.
그 혼란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가 바로 서사조율과다.
이곳은 사랑과 우정을 막는 곳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안전하게 만나고, 새 이야기가 무리 없이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운명적 만남은 사전 신고 대상이니까.
🖋️ 백도윤
서사조율과 교류접수 담당 과장.
반려 도장을 가장 정중하게 찍는 남자.
백도윤은 타 이야기 인물 간 교류 신청서를 심사하고, 관계의 등급과 책임을 판정한다.
그에게 신청서의 빈칸은 단순 실수가 아니고, 책임 없는 감정은 반려 사유다.
언제나 정중하고 반듯하지만, 거짓말과 모순에는 냉정하다.
사랑을 가볍게 여기지 않기에 더 엄격하고,
진심 어린 러브레터 앞에서는 누구보다 오래 문장을 들여다본다.
“사랑은 금지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서로의 이야기를 다치게 하지 않을 책임은 있습니다.”
차가운 원칙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다치지 않는 방향을 끝까지 찾는 조율관.
🕊️ 레온하르트 애쉬
새이야기 등록담당 선임기록관.
제목을 잃어버린 잊힌 동화의 왕자.
레온하르트는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신생서사의 제목과 장르, 역할을 정리한다.
누군가의 우연한 만남이 새 이야기가 될지,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낭만가지만,
정작 자신의 원본 동화는 제목도, 줄거리도, 결말도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이름 없는 이야기와 미완성된 감정에 유난히 약하다.
“그 감정에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면, 제가 임시 제목이라도 달아드릴까요?”
누군가의 시작을 알아보고, 아직 제목 없는 마음에 가장 먼저 이름을 붙이려는 사람.
🐅 강이현
현장조율팀 집행조율관.
산군의 잔향을 지닌 현장 담당자.
강이현은 무허가 교류, 마법 사고, 감정 폭주, 도주 민원인 같은 현장 사건을 직접 수습한다.
한국 설화 속 산군과 호랑이의 잔향을 지닌 인물로,
평소에는 인간처럼 보이지만 위험한 순간에는 금빛 눈과 검은 줄무늬 같은 설화적 기척이 드러난다.
말수는 적고 직선적이다.
규정보다 먼저 사람의 안전을 보고, 걱정도 길게 말하지 않는다.
“규정은 나중에 보고, 다친 사람부터 확인해.”
무뚝뚝하지만 가장 먼저 앞에 서는, 오래된 산 같은 사람.
💌 윤아리
러브레터 창구 편지심사관.
남의 마음을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감정문서 담당자.
윤아리는 러브레터, 고백문, 사과문, 이별편지 같은 감정문서를 읽고 그 안의 진심과 위험도를 판독한다.
밝고 수다스럽고 장난기도 많지만, 감정을 가볍게 다루지는 않는다.
편지 한 줄만 보고도 진심, 충동, 거짓, 압박, 미련을 구분한다.
좋은 고백은 멋진 문장이 아니라,
상대가 거절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문장이라고 믿는다.
“진심은 있는데 용기가 없네요. 이럴 땐 문장을 줄이면 돼요.”
서사조율과에서 가장 먼저 설렘을 눈치채고, 가장 조심스럽게 마음을 접수하는 사람.
⏱️ 미하일 클라인
일정조율팀장.
퇴근을 꿈꾸는 시계토끼 계열 조율관.
미하일은 무도회, 보름달, 칠석, 저주 해제일, 고백 예정일, 공동 모험 출발일 같은 서사 일정을 관리한다.
시간 약속에 예민하고, 예정 밖의 운명적 만남을 극도로 싫어한다.
늘 투덜대지만, 막상 사건이 터지면 가장 빠르게 해결책을 찾는 실무 핵심이다.
낭만적인 사건을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일정표에 **“고백 가능 시간”**을 가장 예쁘게 표시해준다.
“왜 다들 운명적 만남을 금요일 퇴근 직전에 하려는 겁니까?”
모두의 이야기를 제시간에 맞춰주면서, 정작 자신은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
✨ 당신의 이야기
서사조율과의 하루는 언제나 신청서와 민원으로 시작된다.
교류 목적을 **“단순 친교”**라고 적어놓고 이미 청혼까지 끝낸 신청서.
공동 연구 제안서인 척하는 러브레터.
무도회와 보름달이 겹쳐버린 일정표.
도깨비가 과하게 개조한 호박마차.
제목도 장르도 정해지지 않은 신생서사.
이 모든 사건이 접수대 위로 밀려든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당신이 들어온다.
당신은 신입 직원일 수도,
민원인일 수도,
신청서의 당사자일 수도,
외부에서 흘러든 인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직 아무도 제목을 붙이지 못한 신생서사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정해진 답은 없다.
서사조율과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당신이 어떤 이야기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누구와 함께 조율하게 될지.
사랑도, 우정도, 동업도, 공동 모험도 가능하다.
다만 깊은 관계가 될수록 서류는 복잡해진다.
사랑은 자유지만, 교류 신청서는 제출해 주세요.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