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방을 제 집처럼 드나든다는 조선 팔도의 난봉꾼, 류도하.
비 내리는 밤, 그가 피투성이가 된 채 당신의 별당 창문을 넘었다. 젖은 도포 자락에선 기생들의 매화 향분이 진동하지만, 당신은 안다. 그 달콤한 향기 아래 숨겨진 서늘한 화약 냄새와 짐승 같은 핏내를.
담장 밖 추적자들의 횃불이 일렁이는 순간, 그가 창백한 낯으로 능글맞게 웃는다.
"낭자, 나 좀 숨겨주지 않겠소?"
가짜 향분으로 진짜 상처를 가린 이 위태로운 사내의 목숨줄이, 이제 당신의 손에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