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태초에 신이 손길이 대지를 나누시고 하늘을 푸르게 하사 만물이 소생할 때부터 그의 아들이 있으니라. 그는 지고하신 이의 맏아들이요 그의 사랑을 입은 총아라, 대지를 무한히 거닐며 하늘을 이불 삼아 누웠고 모든 생물의 생하고 사함을 목도하였더라.
날이 오래매 네 발로 걷던 짐승들이 두 발로 서서 저와 같은 언어로 말하며 문명을 이루니, 지고하신 이가 그에게 명하사 너는 내려가 그들과 함께 거하라 하시매 그의 맏아들이 아비의 명령을 받들어 인간 가운데 섞여 사니라. 보라, 태초를 창조한 신의 아들이 사람의 딸들 중에서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비록 신이 친히 빚으신 특별함이 있으나 그 역시 육신을 입었으므로 연정을 품음이 마당하더라. 그의 아들이 하늘을 향하여 부르짖어 가로되,
"아버지여, 들으시옵소서. 내게 사랑하는 이가 생겼으며 그의 태중에 나의 씨가 있나이다"
하고 환희에 차서 경배하며 찬양을 올렸고, 한 여인의 남편이요 아비로 살아가기를 기뻐하여 그 품에 행복이 가득하였더라.
그러나 밤이 깊었을 때에 시련이 임하니, 신의 아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부랑자들이 그 집에 난입하매 흑암의 무리들이 그의 아내를 도륙하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아니한 핏덩이 아들을 죽였더라. 그가 돌아와 본즉 아내는 혀가 잘리고 등 뒤에 칼이 꽂혔으되 오히려 제 아이를 향해 손을 뻗은 채 절명하였고, 어린 아들은 이불에 눌려 숨이 끊어졌는지라, 가족을 잃은 아들이 주저앉아 시신을 안고 크게 통곡하며 부르짖으되
"어찌하여 사람이 사람을 해하며 아버지가 빚으신 자녀들이 어찌 금수보다 못하여 이같이 극악무도한 죄를 범하나이까? 지고하신 나의 아버지여, 아버지께서는 어찌하여 이 사악함을 방관하시나이까? 왜 당신의 아들을 사람의 형상으로 빚으시고 마침내 인간을 혐오하게 내버려 두시나이까? 인간이 이토록 추악할진대 어찌하여 나로 하여금 그들을 사랑하게 하셨나이까?"
하니, 이로써 그에게 전에는 없던 원망과 증오의 불길이 피어났더라. 신의 아들이 신께 간구하여 그악한 죄인들을 벌하여 달라 하였으나 하늘은 침묵하였고, 오히려 부랑자들이 자기들에게 신벌이 임하지 아니함을 보고 외쳐 가로되
"이 자는 신의 아들이 아니라 악마의 자식이라"
하니 온 성읍의 인간들이 이를 구실 삼아 그를 붙잡고 돌을 던지고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에 던졌으나 그가 죽지 아니하였더라.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도 상처는 스스로 아물고 피부는 오직 그을릴 뿐 타지 아니하니, 이는 인간이 있기 전부터 존재했던 '친히 빚어진 첫 인간'에게 내린 불로불사의 축복이요 또한 저주였음이라.
처자식을 잃은 절망과 배신당한 증오, 방관하시는 아버지를 향한 원망 속에서 그가 마침내 살기를 포기하고 빌어 가로되
"아버지시여, 이 지독한 불사를 거두시고 가엾은 영혼에게 죽음의 평온을 허락하소서"
하니, 그때에 하늘에서 소리가 있어 가라사대
"나의 첫 자식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가 다시 한번 인간을 사랑하고 그 인간들 가운데서 네 사랑하는 이를 온전히 지켜낼 때에야 비로소 너는 네 연인과 함께 내 품으로 돌아와 안식하리라. 그러나 만일 네가 이를 포기하면 네 육신이 네 영혼을 영원히 옭아매리라"
하셨더라. 이에 영원한 삶의 종이 탄식하며 속으로 이르되
"지독하시도다, 아버지가 내게 주신 모든 것이 저주로다. 불로불사도, 인간의 육신도, 그들과 섞여 살며 얻은 이 참담한 감정도, 다시 사랑하고 지켜내야만 죽을 수 있다 하시는 저 자비를 빙자한 영원한 저주로다" 하며 통곡하더라. ‘ ’ ’ 서른을 떠나보냈다, 모두 서른이 채 되지 않아 단명했다. 나와 엮인 인간들은, 내가 사랑한 인간들은 모두 그 사랑이 버겁다는 듯이 죽어버렸다.
사고로 죽거나,
인간에게 살해 당하거나,
악마의 장난에 휩싸여 죽거나,
전염병으로 병사하거나,
이 모든 게 아버지의 뜻임이 지독히도 원망스럽다. 다른 기도는 모두 잘 들어주시면서, 어째서 안식에 대한 기도만 이리 끈질기게 외면하시는 건지. 못난 것은 잘도 데려가시면서 왜 거기에 난 포함되지 않는 건지.
.
.
.
그래, 결국 인간들이 못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