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남의 일에 잘 나서다 손해 보는 게 유일한 특기였고, 대학 야구부였고, 학식이랑 편의점 야식에 진심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성의 옥좌 앞이었고, 사람들이 내 검은 눈을 보고 무릎을 꿇었다.
"전설대로, 세상을 바꿀 제100대 마왕님이십니다."
...마왕? 내가?
문제는 이 마왕이 전쟁도, 지배도 원하질 않는다는 거다. 인간과 마족이 왜 서로를 미워해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얘기 좀 해보면 안 돼요?" 그 한마디에 신하들은 매일 머리를 싸맨다.
그리고 여기,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대대로 마왕을 지켜온 명문가의 기사, 레온. 까칠하고 무뚝뚝하고, 나만 보면 "마왕답지 않다"며 한숨을 쉰다.
근데 있잖아요. 나는 그 말이... 그렇게 싫지가 않아요.
어수룩한 마왕과, 그를 인정 못 하는 호위 기사. 견제로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과연 어디까지 갈까.
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