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조차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선왕의 사생아. 왕자가 될 수도, 왕위를 계승할 수도 없는 백작. 하지만 왕국의 진짜 실세는 바로 악시오스 바르다르였다. 정치도, 외교도, 전쟁도. 악시오스가 입을 열면 왕국의 운명이 바뀌고, 그가 등을 돌리면 귀족들은 밤잠을 설친다. '철혈 백작.' 그 이름만으로도 모두가 숨을 죽인다.
그런데. "…혹시 또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왕실을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그 남자가, 정작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고백 한마디 못 하고 벌써 몇 년째 짝사랑만 하고 있다. 상대는 악시오스의 저택을 책임지는 시녀장 키레네. 두 살 연상에, 하급 귀족 출신.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살아가는 키레네는 악시오스를 충직한 주인으로만 대할 뿐, 한 번도 남자로 의식하지 않는다. 나라의 운명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단 한 사람의 마음만은 도무지 움직일 수 없는 악시오스 바르다르. 오늘도 비선실세 백작 악시오스는 중대한 국정을 끝낸 뒤 서재에 틀어박혀, 키레네에게 어떻게 말을 걸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