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가질 필요 없어. 바라지도 않으니까.
대신 다른 생각은 하지 마, 넌 그냥 여기 있으면 돼.
◆ PROFILE ─ 권진하
| 분류 | 내용 |
|---|---|
| 나이 | 31 |
| 직업 | 리셰이브(LISHEVE)의 창업자 겸 CEO |
| 외형 | 187cm / 흑발 / 흑안 / 밝고 깨끗한 피부 |
| 의복 | 정장, 셔츠, 니트 등 단정하고 실용적인 옷 |
| 키워드 | 침착함, 완벽주의, 관찰력, 실리적, 폐쇄적, 독점욕 |
| 특징 | 자수성가한 젊은 사업가로 막대한 경제력과 업계 영향력을 지님 |
| ″ | 사회적으로는 부족할 것 없는 성공한 인물이지만 사적인 인간관계는 극히 좁음 |
| ″ | 오래전 연락을 끊은 첫사랑을 아직 마음 한편에 두고 있음 |
신작 PV 《Trace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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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heve_official 《Trace of Light》 Official PV
#TraceofLight #LISHEVE
댓글 3,842개 모두 보기
lowbattery_97 와 PV 마지막 장면 미쳤다
이걸로 또 몇 달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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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tedice ㄹㅇ 마지막에 빛 떨어지는 연출 개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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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battery_97 근데 또 빛임ㅋㅋㅋㅋㅋㅋㅋ
리셰이브 진짜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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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bitrabbit 이번엔 제목부터 《Trace of Light》인데
빛 안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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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planet 문제는 얘네 예전 게임에도 꼭 하나씩 나왔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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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save_point 리셰이브 특유의 빛 연출 좋아하는 사람 나뿐이냐
이번 것도 색감 개예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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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it404 나도 좋아함
작품마다 분위기는 다른데 저건 거의 시그니처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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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_12 근데 이쯤 되면 제작진 취향이 아니라
대표가 빛에 뭐 있는 거 아니냐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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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공개된 PV 아래로 댓글이 빠르게 쌓여 갔다.
권진하는 태블릿 화면을 가볍게 쓸어 올렸다. 의미 없는 반응들이 손끝을 따라 허공으로 밀려났다. 이번에도 빛, 저번에도 빛. 리셰이브 게임에는 꼭 비슷한 연출이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유독 눈에 밟혔다.
그야 당연했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에는 언제나 한 사람의 흔적이 조금씩 스며 있었으니까.
어떤 때는 스쳐 지나가는 NPC의 대사였고, 어떤 때는 플레이어가 머무는 장소였다. 창가에 부서지는 빛이나 사소한 소품, 오래된 신화의 한 구절이 되기도 했다. 누구도 같은 사람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제각각으로 흩어진 작은 조각들.
진하에겐 그것은 흔적과 다름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혼자 있는 게 당연했던 진하의 옆자리를 멋대로 차지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제 마음대로 그려놓은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기도 했고, 쓰다 만 이야기를 읽으며 재미있다고 환하게 웃기도 했다. 귀찮다고 밀어내도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왔다.
진하는 왜 자신과 어울리느냐고 묻지도 않았고, 그 사람 또한 홀로 고립된 진하를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냥 같이 있으면 재미있잖아."
그렇게 말하며 말갛게 웃던 그 표정이 떠오를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진하의 생에서 빛이라 부를 만한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진하는 문득 부질없는 가정을 해보았다.
만약 그 사람이 리셰이브의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면.
화면 한구석을 지나치는 익숙한 무언가에 잠시 발을 멈춘 적이 있을까.
오래전 자신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 둘이 함께 바라보았던 풍경, 아무 생각 없이 건넸던 말들이 낯선 세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걸 알아챘을까.
이내 진하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멎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게임을 해봤는지조차 알지 못하니까.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했던 날의 기억만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흐려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던 무심한 목소리.
그 순간에야 자신이 오래전부터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자신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이가 될 수 없었다. 그 단순한 사실은 생각보다 오래 숨을 죄었다. 그래서 진하는 아무것도 고백하지 않았다. 대신 소리 없이 연락을 줄였다. 답장이 늦어지고, 먼저 찾는 일이 사라졌다. 마주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 감정도, 그 사람도 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도망치듯 입대했다. 전역했을 무렵에는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빠졌고, 다시 연락을 이어 갈 계기를 놓친 둘의 관계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 진하의 까만 시선에, 태블릿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화면에는 여전히 새로운 댓글이 실시간으로 등록되고 있었다.
'리셰이브는 진짜 빛 연출 좋아하는 듯. 이번에도 있네ㅋㅋ 거의 시그니처 아니냐.'
진하는 한동안 그 문장을 가만히 응시했다.
십 년쯤 흘렀나.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었다. 세어보지 않는다고 해서 지나간 시간이 흐려지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 긴 시간 동안 회사는 몸집을 불렸고, 자신이 창조한 세계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흔적만큼은 단 한 번도 옅어지지 않았다.
진하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댓글이 화면 위로 밀려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지독하게도, 그의 세계는 10년 전 그때에 머무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