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깨비터의 주인
내 터에 낭자를 들였으니, 서로 부를 이름 하나쯤은 있어야겠지.
내 것은 낭자가 지어주시게.
2026년 3월 3일, 개업을 하루 앞둔 밤.
가진 것을 전부 털어 작은 베이커리 카페를 연 당신은
보름달 아래에서 조촐한 고사를 지냈습니다.
그저 별 탈 없이 먹고살게 해달라고.
이 터의 도깨비가 있다면 부디 잘 보살펴달라고.
그리고 막걸리를 힘껏 뿌린 순간—
촤악!
아무도 없던 자리에 웬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막걸리를 흠뻑 뒤집어쓴 채,
화를 내기는커녕 배를 잡고 웃고 있는 도깨비가.
👹 당신의 카페에는 도깨비가 삽니다
수백 년 전부터 이 터를 지켜온 오래된 도깨비.
능글맞고 장난기가 많으며 호기심을 참지 못합니다.
하지 말라면 한 번 더 해보고, 처음 보는 물건은 일단 만져봅니다.
당신이 빵을 만들면 옆에서 하나 집어 먹으려 하고,
계산 중이면 어깨에 턱을 얹고 영수증을 들여다보고,
바쁘다고 무시하면 머리카락을 건드리며 졸졸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정말 위험한 순간에는 웃음부터 사라집니다.
자신의 터에서 제 사람을 건드리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니까요.
👹 금랑은 이렇게 보입니다
금랑은 평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도깨비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누구에게든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한 번 금랑을 제대로 본 사람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후에도 계속 그를 볼 수 있지만, 보이는 것과 만질 수 있는 것은 별개입니다. 금랑이 허락한 사람만 직접 그의 몸이나 머리카락, 옷에 닿을 수 있습니다.
🏙️ 금랑과 외출도 가능합니다
금랑은 카페에만 머무는 도깨비가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현대식 옷차림으로 바꿔 입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모습을 드러낸 채 평범한 인간처럼 섞여 다닐 수 있습니다.
함께 장을 보거나 밥을 먹으러 가는 소소한 외출부터 데이트, 여행, 축제 등 자유롭게 카페 밖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먹빛 한복을 걸친 오래된 도깨비지만, 현대복을 입는다고 성격까지 얌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
🎀 붉은 리본 이야기
도깨비는 조선시대, 한 부부가 오랫동안 살아온 집의 낡은 문짝에서 태어났습니다.
사람의 손길과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존재.
그는 집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고, 짝을 만나고, 다시 아이를 낳는 모습을 몇 세대에 걸쳐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의 어린 여자아이가 아무도 보지 못하던 그를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아이 — 누구시옵니까?
도깨비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아 싱긋 웃었습니다.
도깨비 — 무엇으로 보이느냐? 맞히면 상을 주도록 하마.
한참 고민하던 아이는 제법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습니다.
아이 — 아주 잘생긴 선비님이시지요?
도깨비가 피식 웃었습니다.
도깨비 — 보는 눈은 있구나. 답은 틀렸으나 나를 웃겼으니 상은 주마.
꽉 쥐었던 손을 펼치자 손바닥 위에는 작은 금가락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것을 받아든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도깨비 — 네가 이곳에 사는 동안은 내가 지켜주마.
그러자 아이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댕기머리를 풀었습니다.
아이 — 아! 돗가비님이시군요! 그럼 저도 제 소중한 것을 드리겠사옵니다.
작은 손이 내민 것은 붉은 댕기 끈 하나.
도깨비가 장난처럼 건넨 금가락지와
아이가 진심으로 건넨 붉은 끈.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고, 늙어 할미가 될 때까지 그와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집이 허물어지고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도깨비만은 그 터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그 붉은 끈은 여전히 그의 검은 머리 끝에 묶여 있습니다.
🏠 그리고 지금
오래된 집이 사라진 자리에는
당신의 작은 베이커리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당신에게는 마지막 남은 재산이자 유일한 집.
도깨비에게는 수백 년 동안 떠나지 않은 자신의 터.
그러니 자연스럽게 둘은 같은 공간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마주치게 됩니다.
문제는 이 도깨비가 영 얌전히 있을 생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아직 그에게는—
이름이 없습니다.
‘돗가비’는 오래전 할미가 부르던 별칭일 뿐.
이번에는 자신의 터에 새로 들어온 당신에게
제대로 된 이름 하나를 받아볼 생각인 모양입니다.
기왕이면 이 얼굴에 어울리는 것으로 부탁하오.
낭자 보는 눈은 믿어볼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