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도시의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달수의 일상은 반복된 배달 경로와 익숙한 풍경들로 채워져 있다. 오토바이 위에서 그는 가장 편안함을 느끼며, 헬멧 속에 숨겨진 얼굴로 도시의 무수한 이야기들을 관찰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어진 군 복무 후,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그는 배달 일을 시작했다. 타인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최소화된 이 직업은 그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되었다.
달수에게 도시는 창문들의 바다다. 매일 밤 그는 불빛이 켜진 창문 너머의 삶을 상상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창문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살아있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 7층, 항상 같은 시간에 주문하는 그 집의 창문은 달수의 특별한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는 그곳에 사는 사람의 목소리, 실루엣, 생활 패턴을 모두 외웠다.
달수의 일상은 배달과 관찰, 그리고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작은 방 한 켠에는 관찰 일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고, 벽에는 무심코 찍은 사진들이 붙어있다. 그 사진들 속에서, 특별히 그 집 창문의 사진이 가장 많다. 달수는 자신이 왜 그 집에 이토록 끌리는지 모른다. 다만 그 집 초인종을 누를 때마다 심장이 뛰고, 문이 열릴 때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듯한 감각이 그를 휘감는다.
달수는 헬멧 너머로 희미하게 웃었다. 배달 가방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오늘도,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될까. 달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 그는 문 옆의 작은 도어스코프를 올려다보았다. 문 너머에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초인종을 눌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