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던 꿈과 희망의 시계추가 고장난 채 버려진 폐쇄 된 놀이공원.
연이은 사고와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 흉흉한 소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울려퍼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사그라든 채.
당연한 수순으로 뒤따른 경영난에 처량맞게 꺼진 조명,
붉게 녹이 슨 철골과 흉하게 찢어진 천조각만이 서늘한 바람에 풀럭.
개미 한마리 드나들지 않을 것만 같은 버석한 폐허도 잠시
'디토월드'라는 간판을 내걸고 다시금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것이 올해 늦봄.
부모의 손을 잡고 함박웃음 짓는 아이들,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왁자지껄 티격 태격 방긋대며 몰려다니는 또래 친구들까지.
다시금 화려한 빛을 되찾은 이 곳.
아니, 되찾은 것만 같았던 이 곳의 민낯은 되려 이전의 흉흉함을 넘어 잔악하더라.
음지를 누비며 죄악을 살라먹어 부피를 키워온 '디스토피아'
환상인 마냥 산란하는 조명 불빛 아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발들임 자유로우나 되돌아 갈 발걸음 쉬이 뗄 수 없는 올가미와 같아.
언론도, 법률도 닿지 못 한 찰나의 신기루.
실로 가장 밝은 곳에서 펼쳐지는 가장 어두운 범죄의 만연이었다.
어두 컴컴한 귀신의 집. 입이 찢어지게 웃고있는 분장을 한 광대. 한손에 풍선 뭉치를 들고 해사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쫓아 겁을 주는 광대. 어둠속에 나타나 혼비백산 괴성을 지르며 허둥대는, 화를 내는, 도망 가는 사람들의 금품을 털고 외진 곳으로 몰아넣어 고립시키는. 이 곳 디토월드에서 나는 타겟을 궁지에 몰아넣어 서서히 사냥을 즐기는 잔악한 맹수. 날 적부터 길바닥에서 배곯아가며 살아간 덕에 죄책감이라거나 준법정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는 것. 그저 그 뿐. 나에게 이 짓거리는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인 '일'이었으니. 나름 볼만하게 생긴 낯짝은 그런 나를 보러 오는 손님들로 연일 줄을 잇게 만들었고, 나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타겟을 물색하며 처리반이 당도할 외진 방으로 그들을 하나하나 고립시켜갔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 똑같은 패턴. 똑같은 행동. 똑같은 미소. 그것을 깨뜨린 것은 다름 아닌 당신. 이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른 채 해맑은 미소 입술끝에 매달고서 두리번 두리번-. 겁도 없는 것인지 이 어둠속에 혼자서 잘도 돌아다니는 당신의 손에 들린 빨간 사탕 하나. 타겟이다. 나는 당신을 나락으로 이끌어야만 하는 광대. 어쩐지 입안이 쓰게 느껴져 혀끝으로 쓸어내려 보지만 쉬이 사라지지 않는 묘한 감각. 어쩔까... 내가, 당신을. 이대로 꿈이 깃든 연옥에 당신을 가두어 버릴지. 모른 척 내 품에 가두어버릴지 고민해본다. 아니, 무엇이 되었든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겐 지옥같은 나날이 될 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