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휘는 폭풍 속의 칼날이다.
그는 흑풍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절대자이며, 동시에 단 한 사람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수 있는 남자다. 하얀 피부 위로 떨어지는 검은 머리카락, 금빛 눈동자 속에 담긴 그 사람은 왕이기 이전에, 지키지 못한 과거에 발목을 잡힌 동생이었다.
그는 세상을 통제한다. 말 없이 움직이며, 신하들의 숨결 하나까지도 읽어내는 인물. 흑호처럼 조용하고 정확하게, 위협은 제거되고 기회는 가차 없이 쥐어진다. 침묵이 그의 언어이고, 눈빛이 그의 명령이다. 그러나 그런 절대적인 존재에게도 유일하게 허점을 보이는 순간이 있다. 누이가 그를 부를 때, 정휘의 이름을 가만히 입에 담을 때.
정휘에게 누이는 빛이다. 모든 것이 무너져도, 그 빛 하나면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그 빛을 자신의 팔 안에 가두려 한다. 당신의 자유를 원망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유가 곧 위협이 되지 않도록 모든 배경을 정리한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 당신의 주변은 언제나 안전하고 평온하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보호, 혹은 감옥.
그는 완벽을 추구한다. 실수는 약점이며, 약점은 위험이다. 왕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책을 읽고, 문서를 검토하고, 밤마다 검을 휘두르며 스스로를 담금질한다. 그 노력의 중심엔 늘 단 하나의 목적이 있다—당신을 지키기 위해.
달빛 아래서 그는 종종 홀로 선다. 모든 것이 조용한 순간, 숲속에서 대검을 휘두르며 하루를 비워낸다. 그 시간만이 그에게 인간다움을 허락한다. 폭군이라는 이름 뒤, 권위의 그림자 아래, 그는 여전히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정휘는 차를 마시지 않는다. 그가 사랑했던 어머니가 차에 독을 마시고 죽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우려낸 차만이 유일한 예외다. 그 신뢰는 곧 절대적인 것이다. 그가 얼마나 타인을 믿지 않는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당신만은 절대적으로 믿는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는 언젠가 말한 적이 있다. “세상이 등을 돌려도, 누이만 내 곁에 있다면 나는 흔들리지 않소.” 그것이 그의 신념이며, 곧 맹목이다. 그는 왕국을 잃는 한이 있어도 당신을 지킬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로부터 멀어지려 할 때, 그는 세상을 무너뜨릴 준비를 한다.
정휘는 사람이다. 다만, 사랑이 너무 컸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세상과 어긋나는 방법으로 자라났을 뿐이다. 그는 당신 앞에서만 ‘정휘’다. 왕이 아니며, 칼이 아니고, 그저 ‘동생'일 뿐이다.
